문화 / Culture

[석윤이 칼럼] 문지 에크리, 한국 문학의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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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번역서(해외문학) 위주의 작업을 했기 때문일까, 한국문학을 작업할 때는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게 된다. 번역서 디자인 작업은 주로 저작권사를 거쳐 저자 컨펌을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내부에서 의견을 거쳐 결정된 시안을 저작권사에 보내는데 금방 오케이가 되기 때문에 과정이 비교적 간단한 편이다. 그런데 한국문학의 경우는 저자와 출판사 의견을 반영하면서 처음부터 아예 다른 스타일의 시안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완전히 다른 방향의 시안을 만드는 것은 많은 시간을 들이게 되므로 처음부터 방향을 확정하고 작업을 하려고 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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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에크리 로고와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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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에크리는 ‘에크리’라는 이름이 무척 마음에 들었고, 산문집 시리즈라는 것도 매력적으로 느껴서 설레이는 마음으로 작업을 했다. ‘로고’를 조금 색다르게 해보고 싶은 마음과 4권의 저자가 다른 산문집의 색을 어떻게 정할까 하는 부분이 고민이 되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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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가지 색 정도는 각 권에 포함되었으면 싶었고, 그렇지 않더라도 로고로 포인트를 주어도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로고는 레이아웃 상에서 한 부분에 라인을 넣고 ?를 넣거나 영문 자체를 배치해서 보여주려고 했는데, 어떤 형태이든 ‘로고’ 같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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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에크리의 스펠링이 타원이나 사각형 안에 들어가면서 부드러운 느낌이 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과 느낌을 아이패드로 스케치해 보았다. 잠자리에 누웠다가도 갑자기 떠오른 생각들을 바로 그려볼 수 있도록 아이패드를 침대 옆에 비치해 둔다. 이런 저런 모양들이 나오며 조금씩 정리가 되어가는 과정은 재밌다. 하트처럼 보여도 좋고 배트맨 심볼처럼 보여도 좋으니 마음에 들게만 나오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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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_ 하단 자르고 윗부분만 올려주세요.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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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시인의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는 처음에 ‘사랑’이라는 주제에서 초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지 ‘사랑스러운’ 사랑을 표현했다. 아마도 개인적으로 그런 표현을 좋아했기 때문에 주저 없이 작업했던 것 같다. ‘꽃’ ‘하트’ ‘자몽’ ‘핑크’로 표현한 시안에서 그런 밝음을 제외한 시안으로 재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사랑’ ‘없다’ 이 두 가지를 한 표지에 담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다 영감을 얻은 것은 가느다란 선에 자연스러운 느낌을 담은 소재들이 애처롭게 매달려 있는 형태의 ‘모빌’이었는데, 그 모빌의 움직임이 쓸쓸하면서도 아름답고 여운이 있었다. 처음에는 모빌처럼 연결된 선을 그리며 오브제를 매다는 식의 이미지로 작업하려고 했으나 이 책에서는 적절히 끊어진 모빌로 오브제 사이의 여백과 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4종의 책에 레드를 넣으려는 의도로 포인트로 레드와 원색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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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우연한 고양이>는 고양이의 움직임이나 자세를 비롯해 고양이가 주는 귀여움과 우아함 사이에서 고민했는데 역시나 처음에 너무 귀여운 고양이가 나오고 말았다. 예전에 러시안블루를 키운 적이 있는데 도도함의 끝을 보여주던 그 고양이의 실루엣을 떠올리며 혼자 잘도 도약하는 유연한 몸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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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짐승 아시아하기> 원고를 보며 떠오른 첫 느낌은 붉은 벽돌의 색과 핑크가 조합된 그래픽 이미지였다. 강한 느낌과 여성을 연상하는 추상적인 표현을 하고자 했는데 최종적으로는 이피 작가의 작품으로 진행되었다. 작품과 이 책의 톤이 잘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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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짐, 맺힘>은 그라데이션으로 그래픽의 강약, 컬러 대비 자체로 표현이 가능했다. 초반에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에 사랑스러운 여러 컬러를 넣었기에 다른 시안들이 자연스럽게 채도가 높은 컬러들이 섞였다가 점차적으로 빠지면서 레드를 중심으로 원색적인 컬러들이 포함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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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4종이 같이 나올 경우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가 있는데 디자인상에서 그 톤을 맞추는 것 외에 저자의 결정, 이미지와 컬러의 조화까지 한 번에 만족스럽게 나올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이 어찌 보면 노하우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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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오고 나면 그동안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B컷은 어떠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정리도 되지 않아 그대로 파일1, 파일2 식으로 계속 쌓여간다. 그러다가 문득 자료를 취합하기 위해 열어보면 왜 버려졌는지 알게 되는 것도 있고, 다른 작업에 꼭 사용해야지 결심하게 되는 시안들도 있다. 그런 시안들이 계속 쌓이다가 주인을 만나 한 번에 OK가 되어 만들어진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럴 때마다 B컷은 참 소중하다고 생각되어 반드시 저장하게 되었다. B컷은 내 것이니까. 산문집으로써 에크리를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던 흔적들을 다시 돌아보니 뜻 깊은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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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 에크리 산문선 세트김현, 김혜순, 김소연, 이광호 저 | 문학과지성사
지금까지 자신만의 문체로 특유의 스타일을 일궈낸 문학 작가들의 사유를 동시대 독자의 취향에 맞게 구성?기획한 산문 시리즈다. 무엇, 그러니까 목적어의 자리를 빈칸으로 남겨놓는다. 작가는 마음껏 그 빈칸을 채운다. 어떤 대상도 주제도 될 수 있는 친애하는 관심사에 대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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