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Book

[신간 리뷰]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양창순

맛있는두유 0 4,000 2012.02.21 12:52

일일일읽's comment :

기존에 정신상담 내지 심리치유 에세이 류의 책들을 읽어보신 적이 있으신 분들은 이 책까지 읽어보실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제목으로 봐서는 삶에 대한 새로운 태도을 제안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존의 심리치유 관련 서적들과 대동소이합니다. 필요한 사람에게는 쉽게 쓰여진 좋은 책이지만, 그 내용이 기존의 서적들에서 다룬 주제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포장되어 있다는 점이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합니다. 뒷표지를 가득 채우는 저명인사들의 동떨어진 추천사도 이에 한몫합니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대표 이미지

이 책에 대해서는 가능한 짧고 간결하게 쓴소리를 하려고 한다.

우린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런 오해에서 벗어나 자기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서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나가는 용기를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먼저 자신과 잘 지내면 남들에게도 거리낌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내보일 수 있다. 그러면 그것을 수용하는 사람들과는 더 기분 좋게 잘 지내게 마련이다.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 그걸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까칠하게 살기로 결심하자'쯤 될 것이다.

... 인간은 상대방이 표현을 안 하면 본심을 모른다. 좋아서 좋다고 하는 것인지, 상처가 두려워서 좋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피곤하고 지친 나머지 갈등을 회피하려고 그러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그러니 내 본심을 당당히 표현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건강한 까칠함'이다. 물론 거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첫째, 내 의견에 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둘째, 인간과 삶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있어야 한다.
셋째, 어떤 경우에도 끝까지 매너를 지켜라.


이상은 책 제목에도 부합하면서 다른 유사 서적들에는 없는 특유한 내용이라 할 수 있는데, 모두 '저자 서문' 속에만 등장한다. 그러니까 '까칠함'에 대한 책인 줄 알았는데 그에 관한 내용이 '저자 서문'에만 등장한다는 얘기다. 본문은 위와 같은 내용과 동떨어져 있다. 서문에서는 까칠하게 살기 위해서 우선 자기 자신을 잘못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면서 본문에서는 책 내용이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사실 이 엉뚱함은 다른 게 아니라 책의 겉 모양새와 그 내용이 따로 노는 데서 기인한다.

또한 뒷표지에서 홍보하는 대로 '소통과 공감의 비결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보기에도 큰 무리가 있는데, 우선 이 책 내용은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뒷표지 속 추천사들이 말하는 대로 '리더십'이나 '관계론'에 관한 책도 아니며, 그저 정신과 전문의가 자신의 전문 분야 속 지식들을 쉽게 알려주며 인간관계에 대해 조언해주는 내용일 뿐이다. 그럼 저명한 사회 인사들의 추천사들은 다 뭐란 말인가? 저자를 소개하는 내용을 보면 이렇게 나온다.

"삼성경제연구소의 SERICEO에서 100회 이상 <심리클리닉>을 진행하였으며 많은 기업과 조직에서 '리더들의 마음경영', '인간관계'등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 『CEO, 마음을 읽다』 등 다수가 있다.

그러니까 저자가 그 인사들과 친분이 많다는 얘기다.

책 내용 자체만 놓고 보면 정신과 전문의가 인간관계를 두고 해주는 따스한 조언들로서, 그 자체로 좋은 책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책 제목에서부터 표지의 홍보문구들, 표지 앞날개 내용들, 뒷표지의 책 내용에 걸맞지 않는 추천사들을 놓고 보면 지나치게 욕심부린 마케팅의 실패작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뿐더러, 자신에게 필요한 책인지 판단하려는 독자들을 기만하는 것으로까지 느껴진다. '상처받지 않고 사람을 움직이는 관계의 심리학'이라든지 '소통과 공감의 비결'이라든지 하는 문구들은 독자로 하여금 책 내용을 잘못 판단하게 만드는 상술로서 저자와 출판사 양쪽에 보이지 않는 피해를 장기적으로 입히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까칠하게' 된 한 명의 독자로서 책 값 15,000원이 아깝게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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