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보충대 없애려면 상권부터 지켜달라"

글·사진 최승현 기자 2015. 9. 24.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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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신북읍 식당들, 65년 역사 '보충대' 해체설에 불안

▲매주 3000~4000명 몰리는 곳

군, 전방부대 직접 입소 추진

80여곳 음식점 등 문닫을 판

상인들 “시, 땅 매입해 개발”

지역 정치인들 “존치” 요구

“보충대가 없어지면 살길이 막힐 겁니다.”

24일 강원 춘천시 신북읍 용산리 ‘102보충대’ 앞. 25년 전부터 보충대 정문 앞쪽에서 닭갈비와 오리구이, 불고기, 막국수 등을 파는 청수식당 주인 홍계숙씨(69)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홍씨는 “보충대 입소식이 열리는 화요일엔 손님이 밀려들어 2~3시간 사이에 400만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며 “하지만 나머지 요일엔 손님이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주위에는 화요일에만 영업을 하는 식당들도 적지 않다. 보충대가 사라지면 결국 이 지역 상권은 초토화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춘천시 신북읍 지역의 상인들이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 것은 65년의 역사를 간직한 ‘102보충대’가 오는 2016년쯤 해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충대는 입소한 장정들을 대상으로 신체검사를 하고 군수품을 지급한 뒤 근무하게 될 부대에 배치하는 일을 맡은 곳이다.

102보충대 인근에 위치한 한 음식점 건물에 ‘102보충대 입소장병 환영’이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102보충대는 한국전쟁 당시 제주도에서 창설됐으며 대구, 춘천시 근화동·율문리 등을 거쳐 1987년 신북읍 용산리에 터를 잡았다. 그동안 102보충대를 거쳐간 장정은 260만명에 달한다. 해마다 4만명가량의 장정들이 입소한 셈이다. 입소식이 있는 매주 화요일이면 1000여명의 예비 병사를 비롯, 가족과 친구 등 3000~4000명이 102보충대 앞에 몰려들면서 주변 식당과 슈퍼, 주유소 등도 북새통을 이룬다. 신북읍 용산리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이원창씨(72)는 “이 지역 상권이 유지되는 것은 모두 102보충대가 있기 때문인데 갑자기 없어지면 모두 망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직격탄을 맞게 될 음식점은 80여곳에 이른다. 전방지역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보충대를 거치지 않고 해당 부대에 바로 입소하는 형태로 정부 정책 방향이 바뀌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춘천 102보충대도 지난해 말 해체된 의정부 306보충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한 상인은 “국방부의 정책에 따라 보충대 해체가 불가피하다면 춘천시가 이 땅을 매입해 상권 몰락을 막고 주민복지도 향상 시킬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최근 열린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102보충대 해체에 대해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박찬흥 춘천시의원은 “102보충대 존치를 요구하는 춘천시의회 차원의 의견을 국방부 등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춘천시는 상인 보호를 위해 다각적인 대책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5일 강원 춘천시 신북읍 102보충대 야외광장에서 ‘입영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보충대 주위 상인들과 달리 화천, 양구, 인제 등 전방지역 주민들은 지역경기를 살리기 위해 ‘102보충대를 해체하고, 장정들이 사단에 직접 입영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글·사진 최승현 기자 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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