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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각양각색의 개성만큼이나 책을 바라보는 시선역시 다양하고 다르지만, 그들의 삶과 그들 각자가 읽어 온 책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소설가 정유정이 글을 쓰는 이유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서 추장 브롬든이 맥머피를 구원한 그 순간처럼 사건과 의미가 함께 오는 순간을 만들고자 함에 있다. 요리연구가 문성희는 아예 현실에서 《월든》의 삶을 실천했다.
이 외에도 이 책에 소개되는 ‘내 인생의 책’ 열 권을 살펴보면, 인간이 품은 불안과 욕망의 근원을 밝히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보여 준다는 공통점이 나타난다.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로 책에서 멀어지면서 공감하는 능력을 상실한 오늘날에 대한 비판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어느 때보다도 책의 위력이 쇠퇴한 이 시대에 “책의 쓸모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작가정보
저자(글) 어수웅
저자 어수웅은 문화부 기자가 되고 싶어 1995년 《조선일보》에 입사했다. 문학, 출판, 영화, 여행 담당으로 주로 일했다.
‘인기 해부학’, ‘나의 글 나의 서가’, ‘르네상스인’ 등의 기획 시리즈와 기명 칼럼을 연재했고, 연재 중이다.
석학 움베르토 에코와의 파리 현지 인터뷰,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과의 도쿄 인터뷰, 소설가 김훈과의 스페인 산티아고 자전거 기행, 암 투병 중이었던 소설가 최인호 인터뷰 등을 독자에게 전달하며 얻은 보람이 크다.
KBS 라디오 「황정민의 FM대행진」, TV조선 ‘어수웅의 문화오디세이’, 「북잇(it)수다」에 출연하거나 진행했다.
현재 《조선일보》 문화부 책 팀장을 맡고 있으며, tvN의 책 프로그램 「비밀독서단」 시즌1, 2의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이전 책으로는 고전 읽기의 쾌락을 다룬 책 『파워 클래식』이 있다. 문화야말로 마음과 몸을 확장하는 가장 지혜로운 소비이자 투자라고 믿으며, 그 즐거움을 함께 나누자는 욕심으로 텍스트를 읽고 사람들을 만나며 기사를 쓴다.
사진 최순호
목차
- 서문 5
무엇이 한 인간을 다른 세계로 넘어가게 하는가 13
소설가 김영하
서머싯 몸, 『달과 6펜스』
너무나 흔하지만, 너무나 참담한 몰락 이야기 31
소설가 조너선 프랜즌
프란츠 카프카, 『심판』
추장 브롬든, 우리 안의 맥머피를 구원하다 49
소설가 정유정
켄 키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읽을 때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그런 가벼움 69
소설가 김중혁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87
철학자,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픽션들』
홀로 즐거워하며 반복해서 쓰고 읽은 이야기 109
영화감독 김대우
대니얼 디포, 『로빈슨 크루소』
정확하고 건조하게, 새롭지 않은 것을 새롭게 129
소설가 은희경
아고타 크리스토프,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두 세계 사이의 눈부신 접점을 찾아서 147
사회학자 송호근
유길준, 『서유견문』
우리는 친구들이 필요한 세상에 살고 있다 167
무용가 안은미
박용구, 『어깨동무라야 살아남는다』
내가 변하면 세계가 변할 수 있다는 확신을 품고 191
요리 연구가 문성희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인물 소개 212
책 속으로
“나는 굉장히 헌신적이고 경쟁심도 강한 사람입니다. 나는 소설가의 팀에서 뜁니다. 우리 팀이 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소설이 이기기를 원한다는 거죠. 현 상황에서 이긴다는 것은 생존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게 항상 제 야심의 첫 번째였습니다. 소설이 살아 있는 예술의 형태임을 입증하는 것!” ─ 조너선 프랜즌, 46쪽
“책상 앞에 앉으면 허허벌판. 글 쓰는 요령은 전혀 늘지 않아요. 무명 시절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더듬더듬. 지난번에는 소설 쓰는 천명관 선배와 통화하다가 진도가 안 나간다고 투덜거렸더니, ‘그래도 무조건 계속 써라.’라고 충고하더라고요. 뭐야, (웃으며) 자기 천재라고 자랑하는 거야? 나는 그렇게 쓴다는 게 용납이 안 돼요. 내 머릿속에서 술술 나오는 이야기가 다른 사람 머릿속에는 없겠어?” ─ 정유정, 64~65쪽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아홉 번 읽었을 때, 책은 그때마다 다르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연애소설, 두 번째 읽으니까 철학소설. 세 번째 볼 때는 소설을 어떻게 쓰는가에 대한, 말하자면 소설 작법에 대한 소설. 크게 세 가지 창이었는데, 또 한 번 읽으니까 다시 연애소설로 읽혔다고 한다. 어쩌면 연애소설이라는 창 안에 이 모든 것이 다 함께 들어 있는지도. ─ 김중혁, 77쪽
“나는 책을 다 쓰고 나면 슬퍼져요. 완성의 기쁨이 아니라, 책을 쓰는 동안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하는 게 더 즐겁습니다. 내 소설의 서사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쪽이라기보다, 역사 속의 이야기들을 재해석하는 편이죠. 이쪽이 훨씬 더 재미있어요. 갈릴레오에 관한 책을 읽다가 (세 번째 소설인) 『전날의 섬』의 모티브를 찾았던 건데, 이런 조사와 공부가 좋아. 그런데 책을 다 쓰고 나면 슬퍼. 더는 관련 책을 읽을 필요가 없게 되잖소.” ─ 움베르토 에코, 103쪽
『로빈슨 크루소』를 건조하게 요약하면 사적인 여행기다. 배가 난파되고 그 안의 사물 역시 난파한다. 주인을 상실한 것. 생존자는 오직 로빈슨 크루소 한 명. 그는 이제 이 흥미로운 물건들을 하나하나 발견해 내고 주인이 된다. 법을 어긴 것도 아니다. 하지만 원래 내 것은 아니었던 사물과 물품들. 김대우의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는 그 지점에 있다. 남에게 보여 주기는 창피하지만, 나 홀로 탐닉하는 즐거움. ─ 김대우, 113쪽
유길준은 그 두 세계를 접합해 하나로 녹여 내려 했던 최초의 인물이었던 셈이다. 성리학의 세계에서 나고 자란 청년이 감히 성리학의 울타리를 넘어 미지의 근대 세계에 한 발자국 들여놓은 것이다. 서툴기는 했어도, 두 세계의 접목을 향한 과감한 시도가 바로 『서유견문』의 정수이자 혼이었다. 송호근은 실마리를 잡은 느낌이었다. 과거에는 새것을 들여와 옛것을 해석했다면, 이젠 그걸 뒤집어야 할 판이었다. 옛것을 불러다 새것을 해석해야 했다. ─ 송호근, 156~157쪽
지금은 다시 전국을 돌며 대한민국 아저씨들의 춤을 채록한다. 보통은 국도를 타고 돌아다니다 시골 동네에 붙은 플래카드에서 ‘사냥감’을 발견한다. ○○초등학교 37회 체육대회, ○○고등학교 총동창회 같은 플래카드들이다. 때로는 산악회 점심 자리를 우연히 만나 무조건 들이대기도 하고, 주유소에서 기름 넣는 아저씨들에게 무작정 졸라 대기도 한다. 쑥스럽고 민망해 사양하는 아저씨도 많지만, 읍소 끝에 보여 주는 그들의 몸짓에는 절묘한 긴장과 묘한 힘이 있다. ─ 안은미, 188쪽
출판사 서평
책을 바라보는 열 개의 시선
김영하, 은희경, 정유정, 움베르토 에코, 안은미……
인생의 탐닉자 10인이 내 인생의 책을 말하다
◎ 우리 시대의 예술가와 학자를 만든 책의 위력을 말하다
활자 중독자임을 자처하는 저자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책을 통해 ‘진짜 사람들’을 찾고 만나는 일. 저자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당신을 바꾼 단 한 권의 책은 무엇입니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이다. 김영하, 조너선 프랜즌, 정유정, 김중혁, 움베르토 에코, 김대우, 은희경, 송호근, 안은미, 문성희. 소설가, 철학자, 영화감독, 사회학자, 무용가, 요리 연구가 등으로 직업은 다르지만, 저마다 자기 분야에서 성취를 이룬 우리 시대의 대표 예술가와 학자 들이다. 모두가 책의 위기를 말하는 지금, 10인의 예술가와 학자가 들려주는, 책을 매개로 한 마법과도 같은 순간과 이야기가 펼쳐진다.
◎ 책의 미래는 어디로 향하는가
관광객이 모두 퇴장한 고요한 밤. 루브르 박물관의 장서각 2층 난간에 서 있던 움베르토 에코는 종이책 『장미의 이름』과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아래층으로 힘껏 집어 던졌다. 킨들은 부서졌지만, 종이책은 조금 구겨졌을 뿐이었다. 이틀 뒤 파리 현지에서 에코를 만난 저자는 이 행사가 “조금 작위적으로 보였”다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시대착오적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지 않나요?”
에코 자신도 인정한 것처럼, 겉보기에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에코는 무엇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일까?
‘읽기’의 힘은 여전히 강력하다. 그러나 책의 미래는 밝지 않다. 디지털 미디어의 등장으로 정보 혁명과 더불어 ‘읽기 혁명’이 일어나면서 전통적인 읽기 수단이었던 책은 위기에 처했다. 이제 독자들은 책보다는 스마트폰을 더 선호하고, 책 속의 긴 글보다는 SNS의 짧은 글을 더 친근하게 여긴다. 그러나 읽기 그 자체의 효용을 따진다면 책은 궁극에 이른, 대체할 수 없는 수단이다. 페이스북의 설립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2015년을 ‘책의 해’로 선포하고 2주에 한 권씩 직접 책을 선정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립자인 빌 게이츠는 지금도 블로그를 통해 자신이 읽은 책을 꾸준히 추천하고 있다.
‘운명을 바꾼 책’들 목록에는 『달과 6펜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픽션들』 등 오랜 세월 그 가치와 의미를 인정받아 온 고전들이 자리한다. 불확실한 시대, 삶의 나침반으로서 책 읽기에서도 근원으로 돌아가고자 함을 시사하는 듯하다.
◎ 나를 바꾼 책, 내가 바꾼 삶
“당신을 바꾼 단 한 권의 책은 무엇입니까?”
그 어느 때보다도 책의 위력이 쇠퇴한 이 시대에 지극히 낭만적인 질문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책과 사람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없다면 던질 수 없는 이 순진한 질문이 인터뷰를 깊어지고 풍성하게 한다. 진지하게, 유쾌하게, 솔직하게.
이 책은 저자가 만난 예술가와 학자 10인의 책과 삶 이야기다. 김영하, 조너선 프랜즌, 정유정, 김중혁, 움베르토 에코, 김대우, 은희경, 송호근, 안은미, 문성희. 이 책의 제목 『탐독』처럼 책을 열중해서 읽고, 유달리 즐겨 읽은 사람들이다. 또한 단순히 책을 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활자의 울타리 밖에서 성취감을 확인하고 삶을 바꾼 사람들”이기도 하다.
10인에게 주어진 질문은 같지만, 대답은 다양한 개성만큼이나 각양각색이다. 가령 “인생을 바꾼 책”이라는 표현에 대해 보이는 소설가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김영하는 “내 인생을 바꿨다고 하기에는 어렵죠.”라고 말하며 선을 긋고, 김중혁은 책이 “삶을 바꾸지 않지만,” 책을 읽고 나면 “마음의 위치가 0.5센티미터 정도 살짝 옮겨지는 것 같다.”라며 유보적인 자세를 취한다. 반면에 은희경은 “인류의 가장 혁명적인 성취”로서 책이 지닌 힘을 역설한다.
이렇게 책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지만, 그들의 삶과 그들 각자가 읽어 온 책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 『달과 6펜스』에 담긴 탈주의 서사는 ROTC 장교의 길을 포기했던, 교수직을 그만두었던 김영하 자신의 인생과 겹쳐지면서 “무엇이 한 인간을 다른 세계로 넘어가게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정유정이 글을 쓰는 이유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서 추장 브롬든이 맥머피를 구원한 그 순간처럼 사건과 의미가 함께 오는 순간을 만들고자 함에 있다. 요리 연구가 문성희는 아예 현실에서 『월든』의 삶을 실천했다.
책에 관한 이야기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이야기는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무용가 안은미가 추는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와 ‘사심 없이 추는 땐스’에서 우리는 얼마 전 작고한 원로 비평가 박용구를 재발견한다. 그리고 미국 보스턴에서 최첨단의 학문을 공부하고 돌아온 사회학자 송호근이 정도전과 『경국대전』을 인용하며 연로한 아버지를 설득해 ‘어마어마하던’ 제사를 폐하는 장면에서는 묘한 감동을 느낀다. 또한 『로빈슨 크루소』를 500번 가까이 읽으며 범죄적 쾌감을 느꼈다는 영화감독 김대우가 『로빈슨 크루소』의 작가 대니얼 디포도 자신과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하고 상상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슬며시 웃음마저 나온다.
◎ 우리는 왜 책을 읽을까
이 책에 소개된 ‘내 인생의 책’ 열 권을 살펴보면, 인간이 품은 불안과 욕망의 근원을 밝히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보여 준다는 공통점이 나타난다.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로 책에서 멀어지면서 공감하는 능력을 상실한 오늘날의 현실에 대한 비판도 빼놓을 수 없다. 조너선 프랜즌은 스마트폰과 페이스북은 인간의 질문에 답을 줄 수 없다고 말하고, “항우울제 따위가 사람들을 위로해 줄 수 있다는” 생각을 “멍청한 생각”이라고 단언한다. 움베르토 에코는 요즘의 젊은 세대들이 인공 눈에 의존하는 현실을 한탄하며 카메라가 아닌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라고 주문한다.
이 책에 인터뷰가 수록되지는 않았지만, 한 사람을 더 언급한다면 저자가 도쿄에서 만난 슬라보예 지젝이다. 지젝은 (은희경이 자신을 건조하게 만들어 준 책이라고 표현한)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내 인생의 책’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세계가 바로 이 책 안에 있다.”라고 표현한다. “책의 쓸모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변일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37432835 |
---|---|
발행(출시)일자 | 2016년 04월 29일 |
쪽수 | 220쪽 |
크기 |
130 * 190
* 20
mm
/ 250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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