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히틀러와 처칠 리더십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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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케임브리지 대학교 곤빌 앤 카우스 칼리지 근대사학과를 수석 졸업했다. 지은 책으로는 '성스러운 여우The Holy Fox','탁월한 처칠주의자들Eminent Churchillian','솔즈베리: 빅토리아 시대의 티탄Salisbury: Victorian Titan , '나폴레옹과 웰링턴Napoleon and Wellington', '히틀러와 처칠: 리더십의 비밀Hitler and Churchill: Secrets of Leadership'등이 있다.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 영국에서 나폴레옹에 관해 강의하며 현재 나폴레옹 연구소의 특별회원이다.
번역 이은정
목차
- 머리말: 리더십의 패러다임
전통적인 리더십 패러다임 / 현대의 리더십 패러다임 / 히틀러와 처칠: 계속되는 인연
1939년까지의 히틀러와 처칠
국가적 신화의 창조 / 웅변술 / 처칠을 피한 히틀러 / 카리스마 / 국민들과의 관계 /
그들만의 공간 / 건축물 / 소도구, 로고, 트레이드마크 / 인사 관리 / 조언을 받아들이는 태도 /
위임과 간섭 / 지도자에 대한 충성
1940년 이후의 히틀러와 처칠
총리직을 수락한 처칠 / 히틀러의 콩피에뉴 가는 길 / 독일군의 성공 요인, 임무형 전술 /
처칠의 솔직한 연설 화법 / 전권을 장악하라 / 패배주의를 극복하라 / 동맹군을 찾아라 /
승리에 대한 의지 / 처칠과 앨런브룩의 생산적인 긴장 관계 / 처칠에 대한 히틀러의 생각 /
히틀러에 대한 처칠의 생각 / 또 다른 전투, 정보전 / 인사 관리 / 히틀러에 대한 저항운동 /
D-데이, 히틀러에 대한 응징
맺는말: 리더십의 기술
밀그램과 애쉬의 실험 / 책임 인정하기 / 떠나야 할 때를 알기 / 역사가 처칠 /
역사 속 처칠의 위치
출판사 서평
국가 위기,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강력한 리더십의 기술!
세기의 라이벌이라 할 만한 20세기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와 윈스턴 처칠의 리더십을 여러 각도에서 비교 분석한 책이 출간되었다. 개별적으로 조명하더라도 이미 여러 권의 저서와 전기, 평전이 나와 있는 이 두 사람을 집중 부각하여 하나의 텍스트로 다루기는 이 책이 처음이다.
영국의 역사 저술가 앤드류 로버츠는 20세기 초반 권력의 정점에 섰던 히틀러와 처칠을 통해 리더십의 원천과 성공적인 리더십의 비밀을 낱낱이 파헤친다. 저자는 윈스턴 처칠을 성공한 위기 대처형 지도자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태생과 교육 환경, 성격까지도 정반대였던 히틀러와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적수였으며 정반대의 리더십을 행사했다. 그리고 전쟁이 막을 내렸을 때 한 사람은 승자, 한 사람은 패자가 되었다. 이 책은 이들의 사례를 통해 성공한 리더십의 유형과 실패한 리더십의 문제를 동시에 진단할 수 있게 해준다.
2002년 BBC에서 실시한 ‘위대한 영국인’을 뽑는 투표에서 처칠은 밀레니엄 최고의 인물로 선택된 셰익스피어를 따돌리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그때 BBC가 제시한 다섯 가지 항목(후세에 미친 영향력, 리더십, 천재성, 용기, 동정심) 가운데 영국인들은 처칠의 가장 뛰어난 점으로 리더십을 꼽았다. 처칠은 시공을 초월하여 여전히 용기 있는 리더십의 화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렇다면 그와 대척점에 섰던 또 한 명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는 어떤가. 역사적으로 사악한 리더십의 전형으로 판명 나고 말았지만, 일개 사병에 지나지 않았던 그가 어떻게 권력의 정점에 우뚝 서게 되었으며, 또 전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갔는지 그 리더십의 비밀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세기를 지나며 정치와 사회는 근본적으로 변화했지만 리더십의 패러다임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성공적인 리더십의 조건이 몇 세기를 지나도 변함없다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교훈을 오늘날의 상황에 적용시켜볼 수 있다. 2003년 현재 한국 사회가 당면한 정치·경제·사회의 전반적 리더십 부재 문제를 좀더 심도 있게 들여다보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 책의 출간 의도이다.
아울러 이 책은 2003년 영국에서 출간된 것과 동시에 BBC 방송이 4부작 역사 다큐멘터리로 제작, 방영해서 전 세계 주요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바 있다.
권위적인 리더십 vs 영감을 주는 리더십
책은 크게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하고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해를 기점으로 ‘1939년까지의 히틀러와 처칠’ 그리고 처칠이 총리에 취임하며 권력의 전면에 나서는 ‘1940년 이후의 히틀러와 처칠’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시기 구분은 두 사람의 상반된 리더십의 면면을 더욱 확연히 보여주고, 전쟁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변화해가는 리더십의 양상을 아울러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
저자는 리더십의 유형을 ‘권위적인 히틀러식의 리더십’과 ‘영감을 주는 처칠식의 리더십’으로 분류한다. 리더십에 대한 이분법적 분석은 이 책의 중요한 주제이다. 저자는 이 두 가지 유형의 리더십이 지닌 비밀을 낱낱이 밝혀내서, 그들의 성공과 실패의 사례를 통해 귀중한 교훈을 제시한다.
저자는 히틀러와 처칠이 권력의 정점에까지 올라서는 과정과 이들의 위기관리 능력, 자기 관리, 웅변술, 카리스마, 국민들과의 관계, 인사 관리, 조언을 받아들이는 태도 등 리더십의 전반을 시종일관 흥미롭게 비교한다. 광범위한 자료와 주변 인물들의 생생한 증언 등을 바탕으로 지난 세기 최고의 라이벌로 손꼽히는 두 지도자를 박진감 넘치는 대결의 장으로 올려 세운다.
세계대전이라는 특수한 위기 상황은 히틀러와 처칠의 리더십을 더욱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덕분에 오늘날의 우리는 당시 영국인과 독일인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두 사람의 리더십 장단점을 명확하게 밝혀낼 수 있게 되었다. 두 사람이 1939년에서 1945년까지 어떤 행보를 보였는지 배울 수만 있다면, 우리 시대의 정치·경제·사회의 중요한 딜레마를 헤쳐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본문 소개
1939년까지의 히틀러와 처칠
오늘날 우리는 히틀러와 처칠을 강력한 지도자로 생각하지만, 당시만 해도 그들이 권력자로 부상할 가능성은 적어 보였다. 히틀러는 1920년대에, 처칠은 1930년대에 실패와 좌절을 경험했다. 그런데 그들은 그후 어떻게 짧은 기간 안에 권력의 정점에 올라설 수 있었을까?
히틀러는 권력을 잡으려던 첫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데 대한 대가로 형무소에 수감되기도 하는 등 마흔이 될 때까지 거의 모든 면에서 실패를 거듭했다. “일례로 1928년 선거에서 나치당은 2.6퍼센트밖에 득표하지 못했다. 당시 독일 국민들은 히틀러를 정치적 미래가 없는 얼치기 당의 얼치기 당수로만 여겼다.”
이에 비해 명문가 출신의 처칠에게는 탄탄대로의 인생이 보장되어 있었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갈리폴리 전투의 참패로 불명예스럽게 내각을 사임했다. 그러자 대부분의 정치인 혹은 정치 평론가들은 처칠의 정치적 미래에 사망을 선고했다. 그러나 히틀러가 그랬듯이 처칠은 신념과 원칙을 굽히지 않았다.
히틀러와 처칠은 각각 강력한 독일 제국 건설, 대영제국 건설이라는 비전을 국민들에게 제시하며, 그에 걸맞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이 시기까지 보건대, “두 사람의 중요한 공통점은 오랜 세월 역경과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추구한 초인적인 면모를 지녔다는 점이다.” 그러나 질투와 불만이라는 인간의 가장 사악하고 강력한 두 가지 감정을 축으로 삼은 히틀러의 리더십과, 상상력과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인간에게 영감을 주는 처칠의 리더십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처칠이 전권을 장악하면서부터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1940년 이후의 히틀러와 처칠
1940년 5월 처칠이 총리에 취임하면서부터 이들의 리더십 대결이 본격적인 장에 오른다. 처칠은 우선 복잡하고 융통성 없는 의사 결정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이전과는 다른 감성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승리의 그날까지 한발 한발 전진했다. 반면에 히틀러는 전쟁 초기의 왜곡된 리더십을 보완, 발전시키지 못하고 위기관리 등 모든 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처칠은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속수무책 당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위기를 타개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정치사에 유례없이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도 막상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자 비범한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1940년대 영국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기나 탄약이 아니라 자신감과 사기라는 사실을 간파했다. 그래서 리더십의 목표도 국민들의 자신감과 사기를 진작시켜 패배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 데 집중했다. 그는 평화의 시기인 1950년대에 또 한번 영국을 운영하기에는 적합한 인물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그의 리더십은 프랑스가 함락되고 히틀러가 러시아를 침공하기까지 숨 가빴던 그 시기에 영국 국민들을 좌절의 늪에서 구하고 최후의 승리에 다가서게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고 자신에 대한 암살 음모가 확산되자, 히틀러는 패전을 자초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다. 독일군 총사령부 발터 발리몬트 장군은 1944년 위기의 순간에서 가까스로 살아난 히틀러에 대해 이렇게 회상한다. “히틀러는 마치 병자 같은 몰골이었다. 7월 20일 폭발로 부상은 별로 입지 않았지만 귀신 들린 사람처럼 몸과 마음에 심한 충격을 받았다. 그는 허리를 구부리고 발을 질질 끌며 상황실로 들어왔다.” 그전까지 대중 선동, 이미지 조작으로 빛을 발했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전 사령관의 지휘권마저 자신이 장악함으로써 히틀러는 돌이킬 수 없는 결말을 맞고 말았다.
히틀러와 처칠에게서 배우는 리더십의 기술
다음은 히틀러와 처칠의 리더십에서 성공과 실패를 가름한 리더십의 8가지 기술을 따로 모아 정리한 것이다.
1. 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
히틀러와 처칠은 끈기 있게 비전을 추구한 끝에 추종자를 얻을 수 있었다. 비전의 제시는 리더십의 절대 요소이다. 특히 히틀러와 처칠처럼 지도자가 역경에 굴하지 않고 비전을 지켰을 경우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지도자는 대중이 진심으로 동일시할 수 있는 공동의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당시 처칠의 비전은 문명화된 가치 위에 강력한 대영제국을 건설하는 일이었다. 이에 비해 히틀러의 비전은 비현실적이고 사악했지만 그 시대 독일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히틀러는 부정적인 공격 대상을 주입시켜 국민들에게 적개심을 불러일으켰고, 그것을 이용해 더 높이 도약할 수 있었다.
2. 지도자의 카리스마
히틀러는 정치적 성공과 더불어 스스로 숭배의 대상이 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카리스마를 갖게 되었다. 다시 말해 히틀러는 완전무결한 초인의 이미지를 교묘하게 가꾸었고, 마침내 사람들로부터 그 터무니없는 과대망상을 인정받게 된 것이다. 예컨대 그는 초인적 이미지를 해친다는 이유로 심각한 근시였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안경을 쓰지 않았다.
카리스마로 똘똘 뭉친 히틀러에 비해 처칠은 카리스마로 오해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추고 있었지만, 그것이 카리스마는 아니었다. 우리가 은연중 지도자에게 기대하는 카리스마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히틀러의 강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의 원동력은 권력욕이었다. 그러나 처칠은 지도자가 국민들을 감화시키는 데 있어 반드시 카리스마나 강력한 권력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을 입증했다. 히틀러를 만난 독일 국민들은 그가 무엇이든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다. 그러나 처칠을 만난 사람들은 스스로 무엇이든 성취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진정한 영감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카리스마를 능가하는 법이다.”
3. 위임하는 지도자, 간섭하는 지도자
히틀러는 정치나 행정의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고, 자신이 전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나면 나머지는 부하들끼리 치고받으며 꾸려나가게 내버려두었다. 그는 아랫사람들 간에 경쟁을 부추겨 마찰을 일으키는 등 서로 간에 적개심이 들끓도록 휘저어놓았다. 선전장관 괴벨스, 외무장관 리벤트로프, 친위대 대장 하인리히 힘러, 건축장관 알베르트 슈피어는 총통에게 각각 다른 보고를 했다. 얼핏 보면 매우 우스꽝스런 상황이지만 히틀러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적합했다. 적대적 파벌 사이에서 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함으로써 저절로 권위를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한 해군 장교는 일기장에 이런 글을 남겼다. “윈스턴 처칠은 수병들의 업무까지 관심을 갖고 참견하는 대단한 사람이다. 물론 재능이 특이하고 놀랄 만큼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만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럼에도 처칠의 부하나 동료들은 그의 에너지와 강한 실천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런 간섭을 그런대로 참고 견뎠다. 처칠의 정력적인 리더십은 그의 결점과 실수를 보상하고도 남았다.
그러나 히틀러와 처칠은 전쟁의 양상이 변화함에 따라 서로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총리 취임 초기부터 약 3년간 야전 사령관들의 지휘권까지도 빈번히 침범했던 처칠은 실패를 거듭하자 결국은 몽고메리 같은 의지가 강한 장군들의 설득으로 그들을 신뢰하게 되었다. 반대로 히틀러는 전황이 불리하게 전개되자 개전 초기 독일군을 승승장구하게 만들었던 ‘임무형 전술’(권한 부여)의 원칙마저 부정하고, 야전 사령관의 지휘권을 간섭하는 일이 잦아졌다. 전쟁이 지속되면서 히틀러는 사령관 각자의 주도적인 지휘권이 초기의 승리를 이룩했다는 엄연한 사실을 잊어갔다. 그와 반대로 처칠은 영국군이 실패를 거듭할 때마다 자신의 부족한 능력을 깨달았다.
4. 생산적인 긴장관계를 조성하는 지도자: 지도자와 참모
처칠은 육군 원수 앨런브룩과 전략상 문제로 인해 자주 의견 충돌을 일으켰다. 하지만 처칠은 자신의 의견이 앨런브룩과 달라도 그를 결코 권력으로 제압하지 않았다. 갈리폴리 전투에서 뼈아픈 실패를 경험한 탓에, 자신의 충동적인 천재성보다는 앨런브룩의 논리적인 주장을 믿고 따르는 편이 낫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앨런브룩은 처칠이 제2의 갈리폴리 실패를 맛보지 않도록 막는 것을 자신의 의무로 여겼다.
두 사람의 생산적인 긴장 관계는 처칠의 천재성과 앨런브룩의 열정이 결합된 위대한 군사 작전을 통해 영국에 유리하게 작용하여 2차 세계대전 승리의 쌍두마차와 같은 역할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 자리에 유약한 인물 대신 분명하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인물이 앉아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처칠이 전략상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자신을 보좌하는 사람들을 존중했고 그들의 조언을 귀담아 들은 덕택이었다. 처칠은 앨런브룩의 의견이 자신과 다를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참모총장에 임명했다. 저자는 그 점이 바로 처칠이 위대한 이유라고 말한다.
5. 옥석을 가릴 줄 아는 지도자
훌륭한 지도자라면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에 못지않게 적합하지 않은 인재는 과감히 제거할 줄도 알아야 한다. 처칠은 자신이 임명한 사람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도 무자비하게 대했다. 예컨대 처칠은 총리가 되자 오랜 친구이자 정치적 동료인 밥 부드비를 식품부 차관에 임명했다. 그러나 얼마 후 부드비가 추문에 연루되자 처칠은 옛 친구를 불명예 퇴진시켰다. 개인적인 친분보다 정부의 입장을 우선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반면에 히틀러는 처신에 문제가 있어도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에게는 놀랄 만큼 관용을 베풀었다. 경호대장 부루노 게세의 경우가 그 예이다. 게세는 알코올 중독자였고, 실제 만취 상태에서 심각한 총기 사건을 일으킨 적도 있었다. 그러나 게세는 전쟁이 종결되기 4개월 전까지도 총통 경호대에서 축출되지 않았다. 히틀러와 고락을 함께한 유일한 옛 동지라는 점 때문에 용케도 문책 한번 당하지 않고 버텼던 것이다.
공군 수장 헤르만 괴링 역시 히틀러의 동지애가 지나쳐서 문제가 된 사례다. 그는 공군 수장이라는 막중한 직책을 맡기에는 능력 밖의 인물이었다. 책임 있는 지도자라면 무능하고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는 자격 미달자는 해임해야 마땅하지만 히틀러는 그러지 않았다. 그에게는 관료로서의 전문성이나 도덕성보다는 자신에 대한 충성심이 더 중요했다. 히틀러가 지도자로서 실패한 이유는 충성심 하나만 보고 부적격자를 측근에 두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우수한 사령관을 제거해버렸기 때문이다.
6. 책임을 인정하는 지도자
지도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 모든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때도 처칠은 순순히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비난의 화살을 받아들이는 데 도가 통해 있었다. 그는 저서 <나의 반생>에서 당시의 소감을 이렇게 술회했다. “모든 사람들이 내게 비난의 돌을 던졌다. 그들은 거의 언제나 그랬다. 아마 내가 그 돌을 맞아도 잘 견뎌낼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와 반대로 히틀러는 전세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그 이유를 끊임없이 남의 탓으로 돌렸다. 히틀러는 먼저 자신의 천재성을 무시하는 장군들 그리고 독일 국민 전체에 책임을 전가했다. 그는 또 문서에 직접 서명하거나 지시하는 일이 없었다. 대부분 비서를 통해 처리했는데,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으면 어떤 일이 잘못되거나 그 일과 관련해 불명예스런 일을 당하더라도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극단적인 차이는 처칠이 국민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려고 폭격 맞은 런던 거리를 활보했던 데 비해 히틀러는 단호하게 거절했던 사례를 비교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히틀러가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것은 치명적인 실수였다.
“1940년 8월 8일, 처칠은 런던 이스트 엔드의 잿더미가 된 거리를 보고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목격한 동네 여인은 ‘처칠 총리가 진심으로 가슴 아파하는 것 같았다’고 전한다. 그 모습을 본 행인들은 일제히 처칠을 위로하기 시작했다.”
7. 조언을 받아들일 줄 아는 지도자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전시 상황에서 처칠은 자신의 역할이 워싱턴이나 모스크바를 제압하고 명령을 내리기보다는 그들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히틀러라면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렇듯 처칠은 가끔 초심으로 돌아갔지만 히틀러는 언제나 독재자였다.
전쟁이 끝난 뒤 연합군 총사령관 아이젠하워는 처칠의 민주적인 리더십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그의 주장을 철회시키는 일은 무척 힘들었다...그러나 그는 일단 자신의 의견과 반대로 결정이 나면 선선히 그것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이용해 내가 원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지원해주었다. 상대를 설득하고 나와 다른 의견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 이 두 가지가 민주적인 리더십의 근간이 아니겠는가.”
성공한 지도자에게는 건설적인 비판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처칠에게는 앨런브룩이 있었고, 스탈린에게는 안토노프, 루스벨트에게는 조지 마샬 장군이 있었다. 그러나 히틀러에게는 그럴 만한 사람이 없었다. 훌륭한 지도자는 자기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처칠은 토론을 즐겼지만 히틀러는 억압했다. 그 결과 전쟁을 일으키기에는 전체주의가 유리했지만 전쟁에서 승리한 쪽은 민주주의였다.
8. 떠나야 할 때를 아는 지도자
저자는 물러날 때를 아는 것도 리더십 기술 중의 하나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처칠은 20세기 정치인들 대부분이 그렇듯 자리에 너무 연연했다고 지적한다.
“처칠은 1945년 전쟁에서 승리하고 정치적으로 정점에 있을 때 떠났어야 했다. 은퇴하여 차트웰에서 벽돌 쌓기를 하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세계적인 속세의 성인으로 명성을 누리는 편이 현명했다... 지난 세기에 가장 위태로웠던 모험이 1945년에 완전히 종결된 후 1951~55년까지 다시 한번 정권을 잡았지만 노동자에 대한 유화 정책, 동맥경화에 걸린 정치, 뒤바뀐 외교 정책, 과거에 대한 향수와 자기만족에 빠진 사회 분위기 때문에 처칠은 헐벗고 빈곤한 영국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히틀러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했던 처칠도 떠나야 할 때를 놓쳐버려 옥에 티를 남기는 아쉬운 면을 보이고 말았다.
♧ 저자 및 역자 소개
지은이 앤드류 로버츠(Andrew Roberts)
케임브리지 대학교 곤빌 앤드 케이스 칼리지에서 현대사를 전공했다.
1991년 윈스턴 처칠 정부에서 외무장관을 지낸 핼리팩스 경의 전기 《성스러운 여우》를 발표했고, 이어 1994년에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동시에 호평과 역사가로서 인정을 받게 된 《처칠 시대의 위인들》을 발표했다.
1999년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총리를 지낸 솔즈베리의 전기 《솔즈베리, 빅토리아 시대의 거인》으로 ‘울프선(Wolfson) 역사도서상’과 ‘제임스 스턴 실버 펜 어워드’의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2001년에는 동시대 위대한 두 장군의 관계를 조명한 《나폴레옹과 웰링턴》을 출간하여 주요 일간지 서평란을 장식했다.
영국의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며 《선데이 텔레그라프》 《스펙테이터》 《데일리 텔레그라프》 등의 일간지에 칼럼을 기고하고 역사서와 평전의 서평을 쓴다. 다이애나 황태자비와 엘리자베스 여왕의 모후 장례식 때 실황 중계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영국 문학협회의 특별회원으로서 지금은 헨리 키신저 박사의 전기를 집필하고 있다.
옮긴이 이은정
숙명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영문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옮긴 책으로 《대부》 《서양 고전에서 배우는 리더십》 《해리포터의 성공과 신화》 《하프타임》 《나는 조지아의 미친 고양이》 《취업의 기술》 등이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90287281 | ||
---|---|---|---|
발행(출시)일자 | 2003년 11월 01일 | ||
쪽수 | 422쪽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Hitler & Churchill : secrets of leadership/앤드류 로버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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